규정 없는 원룸 관리비 "고무줄 관리비"
계약부터 확인까지, 손해보지 않는 꼼꼼한 세입자

G마켓,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을 이용할 때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클릭해보면 추가요금과 배송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겉과 다르게 오히려 비싼 값에 물건을 구매하는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원룸 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원룸의 월세가 시세보다 저렴해서 계약을 하고 나면 내역을 알 수 없는 관리비가 부과되어 결코 싸지 않은 월세를 내며 살게 된다. 이렇게 부과되는 원룸 관리비, 과연 적정한 것일까?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원룸 세입자의 77.6%는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으며, 금액은 월 평균 57,710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43.3%는 관리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며, 37.5%는 관리비가 실제 소요되는 금액보다 많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관리비로 지출하지만 설문 응답자의 30% 이상이 원룸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부동산114의 방 구하기 앱 방콜(bangcall)은 원룸 관리비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 관리비 어디에 쓰이나?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비 내역에 포함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원룸 관리비에는 집주인의 재량에 따라 위의 항목이 포함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또한 공동주택에서는 개별세대 사용료로 분류되는 전기료, 수도료, 가스 사용료, 난방비와 급탕비도 원룸 관리비에 포함되거나 제외될 수 있다. 이처럼 관리비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비가 책정된다. 관리비에 대한 세입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서울시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에 따르면 원룸 관리비에 대한 상담 문의가 가장 많이 접수된다고 한다. 원룸 관리비는 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을 뿐 더러 평균적인 관리비를 비교해 따져 볼 만한 통계도 없어 세입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묻지마 관리비" 무엇 때문인가?
집주인만 아는 원룸 관리비, 혹시 세입자가 모르는 숨은 비용이 부과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리적인 이유로 관리비가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을 울리는 이른바 "고무줄 원룸 관리비"는 일부 임대인들의 수익을 위한 꼼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조삼모사처럼 월세를 깎고 관리비를 늘린다면 표면적으로 임대료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임대인은 관리비를 통해 고정수익을 보전하기도 한다. 월세 45만원에 관리비 5만원이나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0원은 금액이 같지만 세입자들은 45만원 원룸을 더 선호한다. 이런 방식으로 임대인들은 공실률을 낮추고, 부당한 관리비를 챙기기도 한다.

▣ "고무줄 원룸 관리비" 꼼꼼하게 따져보자
현재 원룸 관리비의 문제는 주택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와는 달리 현행법상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룸의 경우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처럼 공동주택에는 해당하지만 규모가 30호 미만인 경우 주택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의무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투명하고 명확한 원룸 관리비 부과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정부가 조만간 관리비 부과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3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원룸 관리비 부과기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법개정이 되기 전까지 원룸 세입자가 마냥 손해만을 볼 수는 없다. 스스로 똑똑한 세입자가 되어야 한다. 우선 가장 좋은 방법은 계약 시 관리비 항목과 금액에 관한 특약을 작성하는 것이다. 사전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계약 후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관리비 명세서도 매달 받아서 확인해보자. 부과된 관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명세서에 중복된 비용이나 실제보다 많은 비용이 없는지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원룸 수도세의 경우 수도계량기가 따로 달려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집주인이 청구한대로 납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금액이 의심 간다면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수도세의 경우, 아리수사이트 사이버고객센터(http://i121.seoul.go.kr)에 접속하면 수도세를 조회할 수 있다. 보통 수도세는 인원수로 나눈 금액이 관리비가 되는데 조회된 수도세를 기준으로 세대 인원수 별로 계산된 수도세와 부과된 수도세를 살펴 차액을 비교해볼 수 있다.



전기세 또한 한국전력 홈페이지(www.kepco.co.kr)를 통해 세입자가 직접 조회해 볼 수 있다.



CCTV나 도어락 비용이 원룸의 옵션으로 반영되어 있는데 관리비로 또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이중 청구되는 항목이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원룸 세입자들은 자신이 "을"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는 경우가 많다. 법률적 지식을 키우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직접 관리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면 현명한 세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리감독 등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관리비! 스스로 따져보는 알뜰한 방법을 안다면 세는 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용어설명>
※오픈마켓: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인터넷 중개몰로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